삼청동 프랑스 가정식, 미셰린 가이드 레스토랑, 르꼬숑
올 여름 극심한 무더위가 갑자기 가시던 지난 목요일, 퇴근후 삼청동 나들이를 나섰다. 정상원 셰프님이 운영하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은 안국역 2번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몇정거장 가지않아있는 감사원 앞 정류장에 내려 쉽게 찾아갈수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버스 내릴역을 놓치는 바람에 예약해두었던 시간보다 조금 늦은 7시 40분쯤 르꼬숑에 도착했다.
삼청동 한자락에 위치한 어느 가정집, 프랑스 국기와 멀리보이는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표지판이 이곳이 르꼬숑임을 알려준다. 르꼬숑은 돼지라는 프랑스어라고한다. 이 사진의 두곳에서도 곳곳에 돼지 그림과 장식이 숨어있었다.
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프랑스 가정식 식당 르꼬숑. 어느덧 9년째 삼청동에서 프랑스 각 지역의 가정식 음식을 선보이며, 코릿, 블루리본서베이, 미셰린 가이드(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되기도했다고한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땐 이미 레스토랑 가득 다른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다. 우리는 웨이터를 따라 또다른 방 한켠의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이미 한창 식사중이라 들어갈때는 사진을 못찍었기에 혹시 레스토랑 테이블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식사를 마친후 뒷부분에 사진이 있으니 참조하길.
테이블로 가니, 웨이터분이 곧바로 식사준비를 해주셨다. 테이블에는 책 한권이 놓여있었는데, 르꼬숑의 메뉴표와 각 요리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정상원셰프님께서는 한두달마다 새로운 주제로 요리코스를 만드시고, 이 책에 담으신다고한다.
르꼬숑에는 별의향기를 맡다. 오뜨 쿠뛰르, 가정식 식탁, 쁘디 따블르, 쁘띠 데쥬네 등 총 다섯가지의 코스가 있었다. 이날 우리가 식사한 메뉴는 르꼬숑의 74번째 에피소드, '별의 향기를 맡다'와 마리아주 와인세트였다. 열가지 향을 가진 각 요리를 세종류 와인와 함께 즐길수있다.
별의 향기를 맡다 코스는 총 10가지의 향을 주제로 만든 요리라고 한다. 오늘 서브될 메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시면서 위 사진의 글라스 시험관을 우리 테이블에 놓아주셨다. 글라스에 담긴 다채로운 색상과 어린왕자, 그리고 보아뱀 코끼리가 이렇게 귀엽게 보일줄야.
테이블이 준비되고, 가장 먼저 식전 와인과 식전빵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첫 와인은 부르고뉴 피노누아 크레망. 정상원셰프님께서 오셔서 와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집중하다보니 첫 와인 사진을 놓쳐버렸다. 미니 바게트에 발라 먹으니 정말 맛있었던 무염버터. 사실 버터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그위엔 게랑드의 대서양 소금을 살짝 뿌려 맛이 가미되었다.
식전 바게트와 부르고뉴 스파클링와인으로 입맛을 돋군후 곧바로 첫번째 메뉴 텃밭의 남새가 나왔다. 남새는 채소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프랑스산 올리브유와 잘조리된 토마토, 가지, 호박, 피망으로 만들어진 샐러드. 신선함이 입맛을 돋우었다.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어찌나 맛있던지. 벌써부터 기대이상의 맛있는 요리들에 싱글벙글.
삼청동 레스토랑 르꼬숑에서는 코스 메뉴 하나하나를 즐기며, 책에 담긴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한장한장 곱씹는 재미가 있다. 두번째 메뉴는 개인적으로 한스푼 한스푼 사라지는게 아쉬웠던 스프 버건디. 이름처럼 토마토와 비트를 끓여 만든 버건디 색의 스프, 그리고 스프 속에 담긴 빵까지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빈 속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이 스프를 먹으며, 아침마다 이런 맛있는 스프를 먹고 출근하면 좋겠다라고 몇번이나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하하.
세번째 메뉴는 연기. 이름처럼, 연기속에 숨겨진채로 나온 이 메뉴는 유리뚜껑을 들자 눈과 향으로 먼저 즐길수 있었다. 연어알, 아보카도, 허브, 연어의 조합. 연어 알이 터지며 느껴지는 조금 짭조름한 끝 맛이 곧바로 함께 서브된 화이트와인과 무척이나 어울렸다.
연기와 함께 서브된 와인은 샤르도네 와인이었다. 가볍고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화이트 와인.
네번째 메뉴는 부르고뉴산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 달팽이 요리를 직접 접하는건 처음이었는데, 제공되는 집게와 긴 포크를 사용해먹는게 처음에는 잘 잡히지도 않고, 상당히 어색했다. 비단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듯, 르꼬숑의 메뉴책에는 재미있는 작은 일화 하나가 실려있었다. 또한 달팽이요리와 함께 나오는 오징어 먹물 바게트 역시, 달팽이 아래의 올리브유를 찍어먹으니 맛있었다.
다섯번째 메뉴는 밤의 언덕이라는 비유적인 이름을 가진 요리. 하얀 당근으로 만든 퓨레, 그을린 브로콜리의 쌉싸름함과 묘하게 잘어울려 색다른 맛을 냈다.
여섯번째 메뉴는 까막까치밥나무열매의 까냐드라는 메뉴이다. 브루고뉴의 까시스는 샤넬 향수의 베리향의 표준이 되기도 한다는데, 까시스 소스에 오리 다리, 신선한 채소와 치즈를 곁들여 만든 요리였다.
때마침 두번째 와인을 비웠고, 세번째로 피노누아가 서브되었다.
어느덧 일곱번째 메뉴 뵈프 부르기뇽. 이름에서 유추할수 있듯, 부르고뉴 와인으로 오래 끓여진 소고기 요리이다. 귀여운 피망 그릇에 담겨나온 이 요리는 식감은 우리가 흔히 아는 갈비찜과도 조금 유사했는데, 부드럽게 익은 소고기에는 채소와 어우러진 와인의 향이 맛있게 남아있었다.
여덟번째 메뉴, 프로마주 마담로익. 부드러운 프랑스산 크림치즈. 남은 레드와인과도, 그리고 곧이어 나온 커피와도 참 잘 어울렸다. 아홉번째 메뉴 화분. 생허브를 다져 만들었다는 4가지 과일 샤벳이 디저트로 나왔다. 화분이라는 메뉴명처럼, 정말 라벤더, 애플민트 등이 심긴 화분에 함께 나왔는데 맛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까지 있었다. 샤벳과 거의 동시에 나온, 별의 향기를 맡다 코스의 마지막 메뉴 카페누아. 커피를 즐기고있으니 정상원 셰프님께서 오셔서, 기억에 남는 식사가 되었으면 한다며, 직접 제작하셨다는 향수를 선물로 주셨다.
어느덧 총 열가지 코스를 마치고나니 대략 두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식사를 시작했던 다른 손님들은 떠나고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잠시 이층의 화장실을 다녀오며, 보았던 2층의 다른 룸. 프랑스 가정집 느낌으로 꾸며진 르꼬숑 곳곳에는 모든 소품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는것 같았다. 마지막 사진은 손님들로 가득했던 1층 로비 식사 공간.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덕 어둑해진 시각. 아까는 조금 급히 들어오느라 보이지않았던 입구의 귀여운 돼지그림들이 이제서야 세세히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저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돼지와 비키니를 입은 돼지는 유난히 우리의 사랑을 받았다.
간만에 찾은 삼청동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국적 식사. 그리고 셰프님의 열정을 통해 만들어진 긴 요리를 즐기다보니, 별것 아닌 오늘이 굉장히 특별한 날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별의 향기를 맡다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예술작품이기도한 열가지 요리 자체가 감동이 되었던 저녁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