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지리산종주, 첫째날 폭설, 벽소령 대피소

2박3일 지리산종주, 첫째날 폭설, 벽소령 대피소


121112~15 2박3일 지리산종주


병장 4개월차였다. 휴가를 6일정도나왔던거같은데 그동안 너무 하고싶었던 일중하나가 지리산종주였다. 친구하나를 꼬셔서 가기로했고 대피소까지 예약을 했는데 그 전날 친구가 사정상 못가게되었다.

2박3일 지리산종주1

원래 이 시즌이 대피소에 자리가 날턱이없는데 난 정말 운좋게도 다 등록을 했다! (게다가 내가 둘째밤을 보낸 14일까지가 예약가능기간 15일부턴 산불방지기간이였다. 얼마나 행운아인가!)벽소령대피소에서 1박 /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


날씨도 쌀쌀하고 종주하는것은 처음이고 장비도 없는데 혼자가야한다니 조금은 걱정이되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하셔서 갈까말까 고민을 계속했었다.새벽까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결국 2박3일 지리산종주를 가기로 결정! 갈까말까할땐 가라고했다.

2박3일 지리산종주2

따뜻하게해줄 등산바지도 알파인도 안면마스크도 없어서 구매를하러다녔다. 갑자기 큰지출을 할수는 없어서 니코보코 폐업정리를 하는곳에 가서 기모안감처리된 등산바지(2만원) 알파인 (1만원x2) 스마트폰장갑(1만2천원)를 구매를 했다.

안면마스크는 서비스 (알파인이 너무싼게 아닌가싶어서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론 엄청난 횡재를 했단걸 알았다. 노스페이스보다 강력한!! 지금도 너무 잘사용하고있다.)

2박3일 지리산종주3

조금은 부족해보이는 장비들과 방울비니 알파인 장갑 귀마개 안면마스크 배낭 바람막이 헤드랜턴 + 먹을것과 카메라가 전부. 2박3일 지리산종주를 가면서 준비과정에서 내가 정말 무작정갔다싶은것은, 먹을것을 닥터유,포카리,빵,물,초코파이,초콜릿,육포 이렇게만 가져갔단거다. 뭐 이것만 먹고도 어떻게든 악으로깡으로 종주를했겠지만 정말 좋으신분을 만나서 무사히 잘먹고 종주할수있었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기도했고 나스스로도 정확한 계획과 정보가 있어야 좋을것같아서두세시간을 이용해서 지리산 종주 계획서를 아침에 뚝딱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12일날 분주하게 준비를하고 남부터미널발 구례행 심야버스를 탈준비를 했다.

2박3일 지리산종주4

출발전 어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저녁밥.부모님께서 음식점을 하시는데 나중에 포스팅을 해야겠다. 10여년째 여러 요식업을 섭렵하셔서 정말 맛있다! 어머니께서 족발을 싸주셨다...뜬금없지만 가져가길 정말 잘했다. 

2박3일 지리산종주5

안산에서 8시쯤 출발해서 9시쯤 넉넉히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구례행 심야버스 22시발 성인 21000원. 예정보다 조금 늦은 약 1시쯤 도착했다. 심야라 막달리긴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체되는듯

2박3일 지리산종주6

내가 탈 버스 이 버스를 타고가면서 한참을 자고 깨니 어떤 휴게소에서 잠시 몸을 푸는데 어떤 형이 말을 걸어왔다. '지리산 가세요?' 종주간다고 했는데 처음에 이렇게 부족한 장비로는 고생할거라고했다.


한시간 정도 더 가야했기에 가는길에 이런저런 대화를하면서 갔다. 구례에 사는 형인데 서울에 결혼식장을 다녀오는길, 나이는 서른이 좀 넘은것같았다. 이것저것 온갖 직업을 다해봤는데 정작 뭐하나를 제대로 한적이 없어서 이대론 안되겠다싶은마음에 서른살에 떠난 호주워킹홀리데이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지금은 헬스트레이너를 한다고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하다보니 하고싶은게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때문에 못했는데 그것들이 참 후회가 많이 된다고, 뒤늦게나마 호주를 다녀와서 다행이라고 느낀바가 많다고한다.

2박3일 지리산종주7

내가 갖추지않고도 갈수있는 용기나 열정이 부럽다고 내가 다녀온 국토대장정도 이것저것 물어보고지리산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도하면서 이야기를 듣기도했다. 글재주가 없어서 이소리저소리 늘어놓는데 이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그순간 내가 느꼈던건, '출발하길 잘했다.' 였다. 


결과적으로 다녀온 지금도 그렇다. 그때 가길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당시도 귀찮음과 휴가도 길지않고, 장비도 없고기타 상황의 어려움 등을 핑계로 안갈만한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낼수있었음에도 그래도 난 출발했던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지금 할수있는건 지금해야한다. 나중으로 미루면 또 나중으로 미루게되고 결국 후회만 남을거라고 생각했다.구례에 도착해서 기념으로 음료수를 한캔 얻어먹고서 텅빈 대합실에서 성삼재행 버스를 기다렸다.3시 40분이 첫차였던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위와같은 생각을 하던도중 화장실에서 본 와닿는 문구. 많은 사람들이 하는 소리, 장비가 없다고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이런건 핑계일뿐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할수있다. 진짜 원하는거라면...배고파서 김밥을 꺼내먹었다.

2박3일 지리산종주8

한시간쯤 앉아서 잠을 잤던것같다. 무사히 새벽산행을 시작하기위해서.

2박3일 지리산종주9

성삼재 노고단행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미치도록 불었다. 짐을 잠시 풀고 알파인을 길게 피고,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연령대가 맞는 아저씨들끼리 옹기종기 모여가기시작했다. 


노고단으로 올라가는길에 혼자 가고계신 아저씨가 계시기에 나란히 걸으며 조심스레 말을 건냈다. 혼자오셨고 설악산 한라산 종주를 하시고 지리산도 종주하러오신 아저씨. 서울에 사시는데 여기저기 산도 많이 다니신다고했다. 나만한 아들이 있단다. 


걷던중 랜턴배터리가 약한지 불이 약하시길래 내가 조금 앞서 걸으면서 길을 밝혀드렸다. 이렇게 나란히 걷다보니 이 아저씨와 2박3일을 같이 산행하게되었다. 혼자 출발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4시20분에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7시 정도가 되니 아래사진처럼 밝아졌다.한참을 걷다보니 낡이 밝기시작했고 어느덧 헤드랜턴이 필요없어졌다.

2박3일 지리산종주10

7시 경, 피아골 삼거리에서 지도를 잘못봐서 잘못된 길로들었다. 덕분에 3km정도를 더 걸었다. 길치 어디안가는구나. 고지대여서 그런지 하얗게 서리가 끼었는데 이게 참 예뻤다. 벌써 노고단에서 4.5km를 왔다. 천왕봉까지는 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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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이 출현한다고한다. 물론 등산로로는 거의안오겠지만 혹시나 마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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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뒷모습. 배낭이 엄청나다. 안챙겨오신게 없을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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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좋다. 시원한 가을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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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산행하는거리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25.5km이다. 하산거리까지해서 하루 평균 14km정도 걸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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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식지 연하천 대피소. 12시쯤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들어갈땐 몰랐다. 잠시 후에 무슨일이 벌어질지

2박3일 지리산종주18

눈이다 눈..눈이 내리는데 그냥눈이 아니다. 다설 혹은 폭 설이었다.


벽소령 대피소1

헉.........점심을 먹다말고 뛰쳐나왔다. 내가 가져온 족발, 김밥 라면 과, 출발직전에 산 캔맥주! 아저씨는 버너에 코펠 라면 햇반 및 반찬등을 넉넉히 가져오셨다. '어느정도'는 본받아야했다. 난 너무 막갔기때문에 지리산에 자주오시는 분들은 가방 한가득 버너와 코펠 고기 술 이렇게만 가져오시는 분들도 많이계셨다.


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내렸다. 이런 예보는 없었는데..몇몇 등산객들이 다시 하산하는 모습이 보였다.나도 순간 헉 했지만 이렇게 왔는데 돌아갈순없었다.나중에 알고봤더니 지리산 산중에만 내린거였다. 지상으로 내려갔을때는 응? 무슨눈? 하는 눈치들이었다.

벽소령 대피소2

2박3일 지리산종주 첫날, 14시경, 오늘의 숙소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 오후 2시가 조금넘어서 도착했다. 중간중간 아저씨와 함께 페이스를 맞추어가면서 휴식도 많이 취했다. 산행의 최우선은 무엇보다 안정과 페이스!

벽소령 대피소3

대피소를 예약했다고 무조건 바로 들어갈수있는게 아니었다. 입장시간이 4시인가 5시라고했는데 양해를 구하고 대피소의 거실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는데 그새 잠이들었다. 그리고 5시쯤 입장해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벽소령 대피소4

저기보이는 저 시금치된장국 저건 물건이었다. 따뜻한 물만 넣으면 그냥 된장국 완성! 진짜 저건 물건이다! 그리고 산에서 햇반데울때 팁(?)난 이번에 알게된건데 산에서는 압력때문에 오래해도 잘 익지가않는데 햇반들 살짝 뜯어서 물에 잠기게 하면 밥이 참 맛있게 잘된다.밥이 새거나 그럴걱정은 안해도된다. 산에서는 물이 귀하니 물티슈를 준비해서 세수를 하면된다 저 밑으로 한참 가면 샘터가있는데 그것도 상당한 고생이다.

벽소령 대피소5

담요를 대여하는데 한장에 천원이어서 깔것 덮을것 두개를 빌렸다. 아저씨의 가방과 내 가방이 나란히있으니 내가 얼마나 준비없이 출발했는지 알겠다. 오늘도 피로했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더 많이 가야하니 게다가 눈길 산행이니 체력을 많이 보충해둬야했다. 집에 안부를 전하고 8시쯤 잠이 들었다. 지리산 종주 첫째날이 지났다.